안녕하세요~ 독서지도사 노지밥입니다.

 

 얼마 전,

 동료 독지사쌤과 점심 식사를 하면서 우리가 하는 일이 참 보람되는 것 같다, 나에게 잘 맞고, 오래 할 수 있는 일이란 이야기를 했었지요.

 

 많은 어머니들이 독서수업을 단순히 '초등 국어'라는 카테고리 안에 집어넣은 경우가 많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요.

 하지만 책을 통해 이야기를 하고, 글로 표현한다는 것은 아이들의 정서를 다독이고 감정을 이해하며, 잠재된 언어 능력까지 이끌어낼 수 있는 다방면의 수업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 독지사 선생님들도 이 일은 보람된다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거구요.

 

 하지만 문제는 저도 사람인지라, 초심을 잃고 본질을 까먹는 일이 생긴다는 겁니다.

 예를 들면 학생 수가 늘면서 더이상 끼워넣은 빈 시간이 없자, '아이를 가려받고 싶은'생각이 스믈 스믈 올라오는 것이죠.

 내가 독서 수업 하러 왔지 아이 인성교육까지 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 수업 태도가 몹시 좋지 않는 아이와 함께 하다보면 조금 고생을 덜 할 수 있는 길을 찾게 되기도 합니다.

 지금 내 수업을 듣고 싶어서 티오가 나길 기다리는 아이들이 있는데 굳이 얘랑 계속 가야하나... 엄마가 회비도 잘 안주는데, 확 짤라버려? 하는 생각이 몽글몽글 어느새 머리 속을 꽉 채울 즈음,

 그 힘든 아이의 수업때가 마침 찾아옵니다.

 오늘도 울고불고 수업 시작하기조차 쉽지 않은... 조금 뒤 눈물을 그치고 자리로 돌아온 아이, 책 읽는 것도 좋아하고 관심도 많지만 뭔가 심기가 불편한 일이 생길라치면 눈물로 반응합니다.

 

 시작은 쉽지 않았지만 수업은 잘 마쳤습니다. 그리고 그 엄마가 하는 말이 아이가 그나마 지금은 많이 좋아졌는데, 이러 이러한 부분에서 자주 저런 반응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듣다보니 아이의 성향이 어떤지, 왜 지금까지 그런 반응이 나온 것인지 이해가 되더군요.

 그리고 회비 부분도 나름대로 사정이 있었으며, 다른 방도를 써서 앞으로는 미리 주겠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물론 그 집안 사정, 학부모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모두 다 신경쓰다가는 이 일을 길게 하진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때로 그런 이야기들을 본의 아니게 듣게 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이제야 소통이 시작된 것이지요.

 

 뭐 이런 수업 하나 하면서 소통까지 운운하느냐 이야기 하실 분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지식만 전달하고 돌아오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일을 시작하게 되신 분들도 있을 테지요.

 

 가끔 수업하다가 아이와의 소통을 놓치고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줄거리를 파악하고, 단어공부에만 급급하고, 이야기가 아이 마음 속에 제대로 녹여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수업의 흔적만 남기려하는 일이 없어야 하겠지요.

 소통을 하면 본질을 다시 찾게 됩니다.

 

 아이들 머릿수만 생각하고, 어떻게 하면 여기서 돈을 더 벌 수 있을까 생각하면 골치가 아파집니다.

 

 

 세상이 말하는 '숫자'와 '효율'에 집중하면 이 일이 어렵고 피곤해집니다.

 본질을 알면 세상을 역행하게 됩니다.

 

 우리는 어쩌면 '증인'이 되어야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야기의 힘'을 믿는 사람들.

 

 '표현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사람들.

 

 사실 다른 이에게 전하면서 내게 더 확실해지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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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지밥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고 생각하며 '인간다운게 무엇일까?','인생을 즐겁게 살자'를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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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이 호기심을 자극하지요?

 별 생각 없이 침대에 누워서 읽다가 저를 번쩍 일으켜 난데없이 방청소를 하게 만들었던... 신통방통한 옛 이야기 하나 소개할게요~

 

 

 옛날에 옛날에 가난한 노부부가 살았는데, 그들에겐 아들 둘이 있었대요. 큰 아들을 간신히 장가보내자, 집안이 거덜나기 직전이란 걸 눈치 챈 둘째 아들은 색시를 데리고 말도 없이 다른 곳으로 떠납니다. 괭이와 호미 하나씩에 밥그릇에 수저, 당장 먹을 좁쌀만 달랑 들고서 부모에게 폐 끼치지 않으려 떠나는 그 모습이 참 대견합니다.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러 여기 저기 땅을 둘러봅니다. 한 곳에 거처를 잡고 뚝딱 뚝딱 어설프게 집 한 채 짓고서 둘이서 결심을 하지요. (저는 왜 이 대목에서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을까요? 피식 하시는 분들은 다들 눈치 채신거죠?)

 아무튼 그 결심은 바로, 제목처럼! '십년 동안 콩나물죽으로 버티자'는 거였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가난을 되물려주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자는 뜻에서. 아이들이 태어나도 콩나물죽을 먹고, 식구 수대로 정말 콩나물죽만 끓여먹는데... 문제는 손님이 오면 어쩌나? 늘 식구 수대로 콩나물죽을 끓이기 때문에 한사람은 굶어야 한다는 슬픈 결심까지... 그러다가 이렇게 아끼고 부지런을 유난스럽게 떨다보니 정말로 부자가 됩니다. 어느 날 아버지가 찾아오고, 아버지는 부자아들이 잔칫상이나 차려줄까 기대를 했는데... 이게 웬걸? 상에 오르는 건 콩나물죽 뿐이었지요.

 아들이 바빠서 그랬나부다 생각한 아버지는 다음날 또다시 차려진 멀건 콩나물죽에 화가나 그냥 돌아가버립니다.

 그렇게 오해가 쌓이고 쌓여, 중간에 사또도 등장하고 엎치락 뒷치락 까진 아니고 그 뭐시기냐 적당히 이야기가 버물어 지더니...

 드디어 십년이 지나!!! 콩나물죽구렁텅이에서 벗어날 광명의 순간이 찾아옵니다. 아들은 튼실한 괴기 한사발을 쟁여들고서 아버지를 찾아갑니다...

 그리고 그 예전 아버지께 죄송함을 표하며, 이런 저런 구구절절 사정을 이야기합니다. 게다가 어찌나 계산적인지(감정을 담진 않았습니다~ 있는 그대로 표현합니다 ㅎㅎ ) 그 때 아버지께서 죽 한그릇 안잡수시고 번 땅이라며, 널찍한 평야를 선물합니다.

아버지는 감동을 하고... 우리 아들이 이렇게 속이 깊나며...

 

 잠깐만,

 

 너무 어른의 시각인거 같네요.

 

 저 분명 감동받고, 게으름에서 벗어나 열심을 덧입어 이불을 박차고 나왔건만 제 글의 뉘앙스 왜 이런거죠?

 아무튼, 한번 뱉은 말 뒤쪽이 나도 지킨다는 신념 하나는 정말 대단하지요.

 요즘 같은 세상에 약속을 쉬이 하지도 않지만 그 신중하게 뱉은 약속 하나 지켜내기도 어렵잖아요.

 저만해도 제 기준에 맞춰 조금이라도 편해보려고 번복하는 일이 많거든요.

 또 목표한 일을 금방 어그러뜨리고 게으름 피우기 일쑤구요.

 (블로그만 해도 그렇죠... 1단계 라고 뭐 하나 만들어놨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2단계는 안나오지요...^^;)

 

 뭐랄까. 옛 이야기란 참 정직하고 단순한 거 같아요.

 복잡한 세상 단순하게 살아가는 거 참 쉽지 않죠.

 그런데 때론 너무 계산하지 않고 우직하게, 나아가는 정신이 필요한 거 같습니다.

 쉽진 않겠지만, 그냥 버티는 거거든요. 뭔가 특출나게 잘하길 바라기보단 그냥 하는 게중요한 거겠지요?

 저는 다행이도 그런 사람이 곁에 있어서 복잡했던 제 마음의 결들이 단순해지면서 행동할 수 있는 의지와 용기를 받는 거 같아요. 참 감사하지요 ^^

 

 자자, 다시 정신을 차리고 우리 아이들과는 어떤 이야기를 하면 좋을까요?

 

 단순한 이야기가 해체되어 또 복잡해지겠군요~

 아이들은 어떻게든 자신의 방향대로 이야기를 전개해나갈 거예요.

 

 여기서 중요한 건 약속을 지키는 대상이 타인이 아닌 자신이 되도록 잘 이야기의 방향을 잘 이끌어 가는 것이에요.

 약속을 잘 안 지키는 아빠가 생각난다느니 하는 식으로 이야기의 물꼬를 틀게 되면, 이야기의 물줄기를 좁히다가... 

약속을 어기거나 잘 지킨 경험, 또 자신과의 약속 중 앞으로 잘 지켜나가고 싶은 이야기들을 하면 좋을 거 같아요.

 

 그리고 앞서 제가 줄거리를 쫘악 이야기 했던 것처럼 아이들에게도 마치 모르는 이야기인양 줄거리 말하기를 시켜보세요. 내용이 복잡하지 않고 머릿속으로 그리기 편한 옛 이야기라 많이 어렵지 않을 거예요.

 

 또 적다보니, 갑자기 생각이 삼천포로 따져드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부동산에 집착해서 악착같이 돈모아 결국 노년에 집한채 남는... 자신의 삶을 즐기지도, 남을 돌아보지도 못하며 경주마처럼 달려온 베이비부머 세대가 생각이 나네요. 요즘은 욜로~ 욜로~ 하는 시대인데 과연 무엇이 맞는걸까요?

 

 정말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졌지요?

 

 이건 독서지도 자료보단, 그냥 일상다반사 항목에 어울리는 글이 되겠어요.

 

 그럼 오늘 하루도 단순하고 보람찬 날 되시구요. 밤이신 분들은 무념무상 꿀잠 주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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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지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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