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호기심을 자극하지요?
별 생각 없이 침대에 누워서 읽다가 저를 번쩍 일으켜 난데없이 방청소를 하게 만들었던... 신통방통한 옛 이야기 하나 소개할게요~
옛날에 옛날에 가난한 노부부가 살았는데, 그들에겐 아들 둘이 있었대요. 큰 아들을 간신히 장가보내자, 집안이 거덜나기 직전이란 걸 눈치 챈 둘째 아들은 색시를 데리고 말도 없이 다른 곳으로 떠납니다. 괭이와 호미 하나씩에 밥그릇에 수저, 당장 먹을 좁쌀만 달랑 들고서 부모에게 폐 끼치지 않으려 떠나는 그 모습이 참 대견합니다.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러 여기 저기 땅을 둘러봅니다. 한 곳에 거처를 잡고 뚝딱 뚝딱 어설프게 집 한 채 짓고서 둘이서 결심을 하지요. (저는 왜 이 대목에서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을까요? 피식 하시는 분들은 다들 눈치 채신거죠?)
아무튼 그 결심은 바로, 제목처럼! '십년 동안 콩나물죽으로 버티자'는 거였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가난을 되물려주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자는 뜻에서. 아이들이 태어나도 콩나물죽을 먹고, 식구 수대로 정말 콩나물죽만 끓여먹는데... 문제는 손님이 오면 어쩌나? 늘 식구 수대로 콩나물죽을 끓이기 때문에 한사람은 굶어야 한다는 슬픈 결심까지... 그러다가 이렇게 아끼고 부지런을 유난스럽게 떨다보니 정말로 부자가 됩니다. 어느 날 아버지가 찾아오고, 아버지는 부자아들이 잔칫상이나 차려줄까 기대를 했는데... 이게 웬걸? 상에 오르는 건 콩나물죽 뿐이었지요.
아들이 바빠서 그랬나부다 생각한 아버지는 다음날 또다시 차려진 멀건 콩나물죽에 화가나 그냥 돌아가버립니다.
그렇게 오해가 쌓이고 쌓여, 중간에 사또도 등장하고 엎치락 뒷치락 까진 아니고 그 뭐시기냐 적당히 이야기가 버물어 지더니...
드디어 십년이 지나!!! 콩나물죽구렁텅이에서 벗어날 광명의 순간이 찾아옵니다. 아들은 튼실한 괴기 한사발을 쟁여들고서 아버지를 찾아갑니다...
그리고 그 예전 아버지께 죄송함을 표하며, 이런 저런 구구절절 사정을 이야기합니다. 게다가 어찌나 계산적인지(감정을 담진 않았습니다~ 있는 그대로 표현합니다 ㅎㅎ ) 그 때 아버지께서 죽 한그릇 안잡수시고 번 땅이라며, 널찍한 평야를 선물합니다.
아버지는 감동을 하고... 우리 아들이 이렇게 속이 깊나며...
잠깐만,
너무 어른의 시각인거 같네요.
저 분명 감동받고, 게으름에서 벗어나 열심을 덧입어 이불을 박차고 나왔건만 제 글의 뉘앙스 왜 이런거죠?
아무튼, 한번 뱉은 말 뒤쪽이 나도 지킨다는 신념 하나는 정말 대단하지요.
요즘 같은 세상에 약속을 쉬이 하지도 않지만 그 신중하게 뱉은 약속 하나 지켜내기도 어렵잖아요.
저만해도 제 기준에 맞춰 조금이라도 편해보려고 번복하는 일이 많거든요.
또 목표한 일을 금방 어그러뜨리고 게으름 피우기 일쑤구요.
(블로그만 해도 그렇죠... 1단계 라고 뭐 하나 만들어놨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2단계는 안나오지요...^^;)
뭐랄까. 옛 이야기란 참 정직하고 단순한 거 같아요.
복잡한 세상 단순하게 살아가는 거 참 쉽지 않죠.
그런데 때론 너무 계산하지 않고 우직하게, 나아가는 정신이 필요한 거 같습니다.
쉽진 않겠지만, 그냥 버티는 거거든요. 뭔가 특출나게 잘하길 바라기보단 ‘그냥 하는 게’중요한 거겠지요?
저는 다행이도 그런 사람이 곁에 있어서 복잡했던 제 마음의 결들이 단순해지면서 행동할 수 있는 의지와 용기를 받는 거 같아요. 참 감사하지요 ^^
자자, 다시 정신을 차리고 우리 아이들과는 어떤 이야기를 하면 좋을까요?
단순한 이야기가 해체되어 또 복잡해지겠군요~
아이들은 어떻게든 자신의 방향대로 이야기를 전개해나갈 거예요.
여기서 중요한 건 약속을 지키는 대상이 타인이 아닌 ‘자신’이 되도록 잘 이야기의 방향을 잘 이끌어 가는 것이에요.
약속을 잘 안 지키는 아빠가 생각난다느니 하는 식으로 이야기의 물꼬를 틀게 되면, 이야기의 물줄기를 좁히다가...
약속을 어기거나 잘 지킨 경험, 또 자신과의 약속 중 앞으로 잘 지켜나가고 싶은 이야기들을 하면 좋을 거 같아요.
그리고 앞서 제가 줄거리를 쫘악 이야기 했던 것처럼 아이들에게도 마치 모르는 이야기인양 줄거리 말하기를 시켜보세요. 내용이 복잡하지 않고 머릿속으로 그리기 편한 옛 이야기라 많이 어렵지 않을 거예요.
또 적다보니, 갑자기 생각이 삼천포로 따져드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부동산에 집착해서 악착같이 돈모아 결국 노년에 집한채 남는... 자신의 삶을 즐기지도, 남을 돌아보지도 못하며 경주마처럼 달려온 베이비부머 세대가 생각이 나네요. 요즘은 욜로~ 욜로~ 하는 시대인데 과연 무엇이 맞는걸까요?
정말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졌지요?
이건 독서지도 자료보단, 그냥 일상다반사 항목에 어울리는 글이 되겠어요.
그럼 오늘 하루도 단순하고 보람찬 날 되시구요. 밤이신 분들은 무념무상 꿀잠 주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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